남북전쟁 직전에 노예해방을 위한 연방정부와 남부 지주와의 싸움을 지켜보는 노예관리자의 마음이 이랬을까..
나는 지금 대학원생이다. 전에는 의원급에서 물리치료사 출신으로 사무장 경험을 했던 사람이다. 치료현장과 행정을 모두 경험해본 것을 바탕으로 이번 의료계 파업 논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문제인식
우리나라는 지금 필수 의료 시스템 망가져가고 있으니 그것을 고쳐야한다는것을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인정한다. 다만 그 해결책에서 간극이 너무 멀다.
2. 각자의 입장
정부는 지금 시스템에서 조금만 바꿔서 해결하길 원하고 그 의지를 꺾을 의향이 없어 보인다.
의료계는 파업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스템의 근간을 고쳐야한다는 의견과 수가를 올려서 돈을 더줘서 해결해 달라는 두가지의 의견으로 파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3. 현재까지의 우리 시스템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내가 알기로 유일무이하다. 다른나라에서 배울정도로 말이다. 그러기에 의료시스템 모델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나라의 통계만 가져와 봤자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난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미국모델의 수정판이라고 본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식 모델과는 시작점이 다르다.
그러기에 디테일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같은 결과를 위한 의사결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유럽식 모델은 의사가 환자를 덜 볼수록 유리하기에 예방활동과 중증질환에 맞추어져 있고 우리는 수정된 미국식이므로 의료행위를 많이 할 수록 유리하여 5분진료를 보는것이다.
유럽식 모델을 비교하자면 우리나라는 의료인이 적고, 미국식을 유지하기엔 의사가 많다. 그러니 모두 맞는 말이 되므로 통계놀음에 놀아나 봤자 본질에서만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살인적 의료비를 없애기 위해 우리나라가 취한 전략은 일명 Posivive 모델, 마치 "엄마가 냉장고에 많은 음식이 있어도 점심으로는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만 먹어"라고 하는 모델이다. 원천봉쇄를 통해 의료비를 누르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의사들의 부는 예외 조항인 비급여와 부대사업에서 축적된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민낮은 스파르타식이라는 것이다. 경증에 집중해서 큰 질병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중증 외상이나 후유장애 확률이 높은 질환은 거의 버리는 정책이었다. 돈이 있어야 그 간극을 매울 수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때 부터 중추신경계 장애와 암질환 등의 수가가 늘어 발전이 있었지만, 큰 틀을 바꾸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보완책이 신설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4. 정부와 파업단체 모두가 피하고 싶은걸까? 왜 이 이야기는 안할까?
민주당 계열 정치인 들이 좋아하는 유럽모델은 의사들이 공무원이거나 준 공무원이다. 그리고 이 모델은 행정적, 국가 통계적으로 바이탈과를 비롯한 필수 의료처리 능력은 뛰어나지만,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인한 긴 진료대기, 경증환자 커버의 미흡, 국가 내 공공의료기관의 비율, 그로인한 높은 세금, 일정조건을 만족한 의료인이 영리 의료기관을 세우는게 가능한지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공공의대 좋다. 정원 확충도 좋다. 하지만 그것은 이 시스템을 건드는 수준의 방안이 아니다.
파업을 하는 수준으로 격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아마도 직접 서비스를 시행하는 현장의 입장에서 지금 시스템 안에서는 안된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일 것이다. 인간 모두의 욕구는 핀셋규제처럼 작은걸 바꿔서 큰 효과를 보고 싶어할테니까 말이다.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를 신설할때 없던 수가를 신설하여 돈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얼마를 주냐는 항상 마찰이 있었지만 말이다. 이번처럼 수가 조정이나 돈도 안늘리고 사람만 늘리겠다고 한적은 내 기억엔 없다. 그러니 수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은 오히려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인 것이다.
왜 코로나 시국에 이 사안을 처리했어야 했을까? 본인들의 정책 방향에 대한 선의를 확신하기 때문에 공격을 받을 수록 정치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의 결과라고 밖에 안보인다. 그리고 그 틀을 벗어나는 언론보도는 쉽게 보지 못했다.
오히려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양측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대변하는 자료가 더 많아 보인다. 공론화되면 모두가 아는게 많아지니 합의가 더 어려울 거라는거, 정권과 권력을 잡았을때 하고싶었던 것들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밖에 안보인다. 그 욕망까지 비난하고 싶진 않다. 나라도 그럴테니까.
5. 최소한 내가 아는 정도의 내용은 교양수준으로 공론화 되고 합의에 이르길 바란다.
나는 대부분의 인류 악습 중에 시작부터 잘못 된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게으른 업데이트가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선택과 합의를 통해 어떠한 사회 시스템도 업데이트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행정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중증환자들 버려왔다. 그리고 과거에 커버되던 중증 기초의학도 커버가 안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그 합의를 위해 충돌하고 있다.
국민 모두는 이걸 인정해야할 것이다. 언젠가 우리는 중증 질환과 낮은 의료비에 포커스를 맞춘 유럽실 모델로 갈건지 지금처럼 수정된 미국식을 유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 중간을 성공한 나라는 내가 알기론 아직 없다. 지금의 정책발표는 실험 혹은 시도를 하자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미지의 세계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우리는 이것을 기반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우리 모두가 같이 지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이 사안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끝으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재활, 근골격계 치료 등은 물리치료사가 있으니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물리치료사가 독립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