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4일 화요일

국가기관 연구의 협약변경을 준비하는 분들이 알면 좋은 것들_250624_v1.0

 국가연구기관의 수주를 받아 연구하시는 연구자분들이 행정처리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신걸로 압니다. 제 짧은 경험을 올려드리니 '협약변경' 업무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분들이 그러지 않으시겠지만, 나라돈으로 하는 일이라 보는 눈이 많고 여러분이 어려울 수록 내가 낸 세금이 덜 새는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주로 국가연구개발 과제 중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용역'성 과제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1. 용역성을 띄는 연구과제는 왜 행정이 더 까다로운가?

 - 열린 결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용역성을 띄는 연구과제는 발주기관이 직접하기에 기존업무 등으로 여력이 없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할 수 있어 직접 할 수 없거나, 연구과제의 성격이 로우테크 등 세상에 없는것을 개발하지 않는 등의 상황에서 정해진 목표의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닫힌 결말의 연구과제인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 그러니, 해당 과제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이 발주를 한 경우가 많아 초기 계획에서 뭔가 변경이 된다고 했을 때 더 검토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첫 계약 시 얼마나 계약서를 잘 쓰느냐가 추후 연구개발 기간 몇년을 좌우한다는 점을 명심 하세요. 

 - 만약 제가 연구입찰에 뛰어들 영리기업 대표라면 RFP검토에서 계획서작성, 승인심사에 해당하는 초기 기간에 전 직원 동원해서 올인하고 통과된 후 한숨 돌리시는게 낫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물론 이런 과제는 책임자 분들이 따오시고 실무자들이 나중에 투입되거나 디테일을 채우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건 알지만,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 바닥이 어떤지 알고 하는게 나으니까요


2. 통보성과 승인성의 본질적인 차이

 - 통보성 변경은 검정고시, 승인성은 수능 정시로 서울대가기

 - 국가과제는 진행되는 동안 연구수행 중간과 끝에 각종 진행보고와 결과보고, 회계법인의 감사 등을 받게 됩니다.

 - 통보성 변경은 검정고시처럼 정해진 기준을 만족하면 바로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승인성은 나중에 있을 각종 보고와 감사를 염두하고 의사결정을 하게됩니다.

 - 승인성 변경은 승인해준 원청과 함께 책임을 나눠갖게 되므로, 당연히도 더 까다롭게 원청에서 검토합니다.

 - 그리고 이런 과정은 기존에는 괜찮은 줄 알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되는 절차입니다. 앞서 통보/승인이 되어 넘어갔더라고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지뢰가 항상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어쩌다 운 좋게 앞에서 넘어갔어도 나중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승인성도 급이 있다

 - 승인성 변경 건들도 그 안에 경중이 다릅니다.

 - 연구를 수행하는데 실질적 차이가 없다면 통보성으로 할 수 있는 건은 통보성으로 처리하시고, 같은 승인건 중에서도 심사가 수월한 항목으로 변경하시는게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 내용상 별일이 아니지만 절차가 복잡한게 있고, 내용상 어려운 일이지만 절차는 간단한 것들도 있습니다. 

 - 예를들어 영리가관의 과제책임자가 퇴사해서 새로 과제책임자를 지정한다? 현실에서는 별 일 아니죠. 그만두겠다는 사람 억지로 잡을수도 없구요. 

 - 하지만, 과제책임자는 말 그대로 책임자가 바뀌는거라 외부 자문위원의 심사를 받아야하고 그 자리의 무거움 때문에 훨씬 행정적으로는 오래걸립니다. 애초에 연구과제에서 과제책임자가 바뀌는 일이 잘 없습니다. 대부분 직접 연구를 주로 하던 사람이 하는데, 작은기업이라면 대표가 하거나 큰 기업이면 선임급 이상의 분들이 맡으시고 학교라면 테뉴어를 받은 교수님들이 하시기 때문에 더더욱 잘 안바뀌죠. 

 - 그럼 이럴때 자문이나 심사는 왜 받을까요? 뭘 심사할까요? 기본적으로 새로 맏게될 사람이 그 연구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지를 봅니다. 연구 이외의 회사업무에서는 의사결정 권한이 곧 능력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연구는 먼저 전문성을 검증하고 그 사람에게 의사결정권한을 주는 형태입니다. 애초에 계약할 때 심사를 받는동안 그걸 다 검증 한건데 책임자가 바뀌면 원청 입장에서는 "새로 뽑겠다는 사람 이 분야 연구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새로 검증 해야되는 입장이라 그렇습니다.

 - 연구분야는 굉장히 전문성이 예리하고 뾰쪽한 분야라서 서류상 같은 전공이어도 서로 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 더 그렇습니다. 


4. 원청(감독기관)이 가장 원하고 또 싫어하는 것은 같다.

- 원청은 상호 약속된 RFP의 달성을 가장 원하고 이것이 깨지는걸 가장 싫어합니다.

 - 그말은 변경 서류를 작성할 때, "RFP달성에 문제 없다. 기존 계획에서 바뀌어도 결과는 보장한다"는 내용이 가장 중요하고 명문화되길 바란다는 겁니다.

 - 예를들어, 인건비로 1억을 잡았는데 연구수행중에 원청에서 "초과달성 되겠는데 뭐 좀 더합시다"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합시다.

 - 연구자 한명이 더 필요해서 2억이 필요하고 재료를 1억어치 줄여야된다? 그럼 원래 계획에는 재료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연구계획서에는 사기로 했는데 빌리기로 했다. 사람 두명이 꼭 있어야 기존 ㅇㅇ 회의에서 제안한 초과실적 달성이 가능하다. 이러면 통과가 쉽죠. 

 - 기존 RFP 초과달성이지, 원청에서 제안했지, 재료비가 줄었어도 성과에 문제 없지 뭐가 문제겠습니까

 - 하지만, 연구계획서 낼 때는 일단 급하게 막 냈다가 나중에 승인성 변경건인 인건비 증액이 필요하다? 그런데 증액해도 RFP달성이 될랑말랑하다? 그럼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돈 이상하게 세탁해서 썼다가 나중에 토해내는것 보다는 모자란돈 자비로 쓰시는게 더 싸게 먹힐 때도 많습니다. 정말 신중하게 결정 하셔야 합니다.


5. 승인성 변경은 경쟁이다?

 - 원청이 하나의 과제만 관리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애초에 연구용역 발주를 할 수 있는 기관이 많지도 않아 더 그렇지요

 - 그럼 수많은 기관이 수많은 변경 요청을 합니다. 그럼 당연히 기관들끼리 비교가 됩니다. 어디는 행정을 잘하더라 못하더라

 - 그리고 경험이 많은 관리자 혹은 실무자는 무협지에서 숨쉬고 걷는 것만 보고 고수인걸 알아채는 것처럼 변경을 신청하는 기관이 뭘 숨기려고 하는지 잘 알아채십니다.

 - 그리고 승인업무 담당 실무자 입장에서도 '아오 이렇게 쓰면 통과 안될건데' 싶어도 자세히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매우 답답하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수업을 해주지만 시험보는 중에 답 알려주는 선생님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원청도 감사를 받기 때문에 더 그렇죠

 - 최소한 약간은 무리한 요청을 하셔야 한다면 문서작성이나 명분을 구성함에 있어서 '성의'라도 있어야 통과될 확률이 높습니다. '모르겠고 그냥 좀 해줘' 라는 식이면, 이번건 이후에 다음 건에도 계속 영향이 갑니다.


6. 승인성 사항을 이지바로, 아이리스 등에 바로 올려버려?

 - 법률이나 절차상 원청과 조율해야만 한다는 말은 없지만 실무선에서는 대부분 정식절차 전 조율합니다.

 - 대체로 사전 협의는 "① 실무자 검토 -> ② 실무자 위로 결재라인 검토 -> ③ 내부승인 -> ④ 실무자가 '이대로 합시다'라는 회신" 순으로 업무가 진행됩니다.

 - 실무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한동안 답이 없다가 뭐 더 보내주세요, 뭐 고쳐주세요 하는 경우는 위에 ①~②에서 뺑뺑이 돌고 있다는 말입니다. 

 - 기관에 따라 ②번에서 검토를 받아야할 사람이 몇 명이 될지도 모르는데 어디서 어떤 문제가 갑자기 튀어나올 지 역시 실무자도 완벽히는 모릅니다. 경험으로 예측할 뿐이죠.

 - 그러니 결재라인에 있는 사람이 해당 연구분야에 대해 잘 알수록, 열린결말의 연구분야보다 닫힌결말인 용역성격의 연구과제가 더 뭔가를 변경하기가 힘듭니다.


7. 공공기관은 개조식 문장을 왜이리 좋아하는가?

 - 검토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지요.

 - 이건 앞에 이야기한 '경쟁'과 같은 맥락입니다. 잘 작성된 '개조식' 문장은 부사나 지시어 등의 단어가 없이도 의미 해석에 오해가 적습니다.

 - 그 말은 많은 정보를 한문장에 때려 넣었는데도 의사전달이 잘 되는 잘 쓴 문장이라는 겁니다.

 - 옛날 사무직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보면 서류 막 집어 던지죠? 요즘은 그러지는 않지만, 결재만 하루종일 하는 윗분들 입장에서는 하루종일 문서만 보는데 서술형으로 열거된 문장은 눈에 들어오자마자 "아 이 문서는 읽기가 싫구만"이라는 생각이 들고 애초에 안읽거나, 열받은 상태로 읽어서 더 심상이 꼬아진 상태로 읽기 쉽습니다.

 - 개조식 문장을 잘 쓰시면, 그것 자체로 경쟁력이더군요

 - 그리고 양식도 최신 양식으로 바꾸라고 하는것도 비슷한 서류 보다가 갑자기 툭 튀는 서류 등장하면 읽는 윗분들의 스트레스가 팍 늘어나기 때문에 좋을게 없습니다.


이 글 이후로도 제가 이 글을 계속 덧붙여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도움이 되신 분들은 링크 그대로 두시고 잊을만 할 때 한번씩 방문하시면 업데이트 된 글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